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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Le giornate/공부 Studi

이탈리아 문명 너머의 잊혀진 땅

by Alessio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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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카를로 레비의 그리스도는 에볼리에서 멈췄다(Cristo si è fermato a Eboli)를 빌렸다.

이탈리아 문학은 아는게 많이 없었는데
이탈리아어 교재에 나온 작가들에 대해 더 알고싶었다. 

그리스도는 문명을 의미한다.
당시 기찻길이 에볼리까지만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볼리 너머의 알리아노(Aliano)에 사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신의 가호를 받지 않는
문명으로부터 잊혀진 세계라고 여겼다. 

알리아노는 책에서는 갈리아노라는 가명아닌 가명으로 묘사되는데
카를로 레비 본인이 3년간 유배 간 곳이다. 

알리아노(Aliano), 이탈리아

지금의 알리아노는 천혜의 자연경관 속 아름다운 소도시이지만
20세기 초반 알리아노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저 날숨에 다음 들숨을 벌어 쉬는 흙먼지 속 폐허였다.
삶이 척박하니 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인도였을터. 

저 당시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정권이 그 유명한 아프리카 전쟁을 시작하던 시기다.
세계 역사에서 손에 꼽는 꼴사나운 참패를 기록한 그 전쟁이다. 
이탈리아 전역이 애국심으로 달아올랐을때도 이곳 갈리아노는 관심이 없었다. 

미국의 이탈리아 이주민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미국이었다.
알리아노의 가난한 사람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갔다. 
하지만 1929년 미국에 공황이 왔을때 몇몇은 고향에 돌아왔는데,
농사를 지을 척박한 땅을 사고 세금을 내자
20년 미국땅에서 구르며 번 돈이 전부 떨어졌다. 
그들은 다시 슬픈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는 그들에게 고향인 동시에 슬프고 한맺힌 삶을 강요했다. 

카를로 레비(Carlo levi)의 그림. 그는 유배지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밖에도 의료 시스템이나 관료시스템의 부패도 심했다. 
카를로 레비가 유배갔을 당시 제대로된 병원이나 약국이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레비가 대학교에 배운 의료 지식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이곳의 의사들은 '청진기'가 뭔지 몰랐다.

아이들은 세례를 받기 전에 죽었기때문에, 일부러 세례를 늦게 받았다. 
세례를 받기전에 레비에게 가서 생존가능여부를 먼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고.

알리아노에서 아이들이 세례를 받기 전에 죽으면, 말썽쟁이 요정이 된다고 믿었다.
테이블에 있던 잔을 깨트리고, 밤에 이상한 소음을 내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사람들은 이 요정들이 말썽을 부려도 너무 빨라 잡을 수 없었다.
요정의 망토를 잡으면 요정을 망토를 벗고 도망치는데
그 망토가 요정에게 소중해서 요정은 망토를 돌려줄때까지 
부탁을 들어준다고 전해진다. 
레비는 이렇게 남부에 퍼져있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자주 다뤘다. 

슬프고 마음아픈 이야기도 많지만, 그들의 삶에 행복이라는 개념은 찾기 힘들어보이지만
난 그들이 이런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서 사는 방식은 좋았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면 카를로 레비의 작품을 더 볼 수 있다.
Pinacoteca Carlo Levi - Mua - Musei Aliano - Ma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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