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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Le giornate/여행 Viaggio

론, 피에몬테 와인 여행기: 내 첫 장거리 운전이... 유럽이다?

by Alessio 2024.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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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기

나는 친구들과 와인 마시는 걸 좋아한다.
이탈리아에서 유학생으로 있으면서
생긴 취미가 슈퍼마켓에 있는
와인 구경하기였고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이 10년 여정을 함께 한 친구 A와
그의 여자친구인 J와 함께
프랑스 론, 이탈리아 피에몬테에 있는
가능한 좋은 와이너리를 돌면서
진또배기 와인을 마시고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느끼고 오자!
라는 명목하에 여행을 계획했다. 
이 여정은 친구 A와 여자친구 J가 거의 계획을 짰고,
와이너리 컨택은 프랑스는 A가 맡았고
나는 이탈리아 와인 컨택과 운전을 맡았다.

여행의 와인 일정은 대략 "프랑스 론 지방의 와이너리 → 이탈리아 바롤로 지역 와이너리"를 도는 것이었고,
여기에 반 고흐의 도시인 아를과 추방된 교황의 도시 아비뇽 같은 도시들을 거쳐가는 일정이었다. 

첫번째 일정: 옛 왕의 도시 토리노 → 교육의 도시 그레노블

아침 10시, 렌터카를 받았다.
렌터카는 Torino Porta Susa 역에 있는 헤르츠에서 받았고,
렌트비는 일주일에 70만원 나왔다(보증금 얼마였는지 기억 안남)

멋진 시트로앵이다.
짐이 조금 있어서 큼직한 차로 골랐다.
위 운전하는 사진의 나는 덜덜 떨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유럽 렌터카 회사에는 자동기어 차가 많다. 

네비가 좀 어려운 것 말고는 다 좋았다. 

토리노 도시 안에서는 진입금지 구간도 모르고 들어가고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알프스 산맥을 향해 나아갔다!

프랑스로 넘어갈 때 풍경이 정말 멋있다. 
산세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사진으로 보니 또 달리고 싶어지는구만
프랑스를 넘어갈 때 마지막으로
긴 터널을 달리는데, 그 구간 입장료가
50유로가 넘었다 ㄷㄷㄷ
넘 비싸다!!! 깎아줘!!

프랑스를 넘어온 날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와이너리가 문을 안 열었다. 
그래서 오전에 남는 시간은 그레노블이라는 도시에 와봤다.
그레노블은 교육과 아이들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확 와 닿았다.
자전거도로가 차도만큼 많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도로도 많다.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예쁘다. 
뭔가 포근한 느낌...

이곳에서는 마침 빈티지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때문에 도로가 막히고 주차장 찾는데 완전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초보운전의 근성으로 겨우겨우 유료주차장을 찾았다.

귀여운 장신구, 오브제들이 잔뜩있는 그레노블 거리

지금 생각해보면 와인 여행의 첫날,
몸풀기용(?)으로 온 도시였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 빈티지 시장이라니
마치 우리같은 여행자를 위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저기 위 사진의 조그만 오브제는 1유로, 세 개에 2유로였나 그랬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프랑스에 와봤는데
남부 프랑스 사람들은 내 편견과 다르게 엄청 밝고 좋아서
진짜 깜짝 놀랐다. 

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물건을 팔러 나왔다. 
두번째 사진은 잠시 쉬려고 앉았던 튀니지 음식점 "Chez Dada" 사장님이 매우 친절하다. 
그레노블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다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두번째 일정: 그레노블 → 멋진 론 지방의 포도밭(성크리스토퍼 교회)

다음 행선지는 우리의 목적인 와인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포도가 있는 곳이다.
론은 북과 남으로 나뉘는데, 북론 땅에서 자라는 와인 중 대표적인 와인인 "에르미따쥬"가 자라는 와인밭이다.
친구 A 말로는 이 곳의 밭은 병당 몇 백만원하는 와인이 나는 밭이라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엄청 멋있는 교회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 교회 이름이 Chappelle Saint-Christophe 샤펠 상트 크리스토페, 성 크리스토퍼를 모시는 교회인가보다.

포도밭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다

근데 이 교회를 찾아 지도를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도 울퉁불퉁해져서 너무 무서웠다 ㅠㅠㅠㅠ
심지어 여기 포도밭은 경사가 엄청나서
자칫 비포장도로에서 삐끗했다가는 바로 포도밭 비료 신세였다.
나 초보운전인데.... 정말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과 현타와 공포가 밀려왔지만
사람은 진짜 방법이 없으면 오히려 더 잘 해내는 것 같다. 
나 대신 운전할 사람이 있었으면 바로 다리 풀려서 비료... 
심지어 주차할 때 너무 못해서 하이킹하던 사람들이 도와줬다.
너무 고맙고 길막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이런 고난의 길 끝에 ...

강을 바라보는 엄청난 뷰

올라와서 본 광경은 천국 같았다. 
감탄을 이어 나가며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수확기 직후에 와서 차로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와서 알았다. (천만다행)
근데 여길 차로 왔다갔다 하면서 포도를 나른다고..?
포도를 손으로 다 딴다고..?(손수확임)
성경에 나올 것 같은 풍경 아래서
이 곳에서 포도를 기르고 수확하는 걸 상상해보면
여기 와인은 그냥 술이 아니라 성수같이 느껴졌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면서 일한다 해도 여기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저 경사 위에 포도밭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대대손손 부와 명예따위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시절부터 하나하나 일궈왔겠지

이 경사 바로 아래에는 큰 줄기의
론 강이 흐르는데, 그 강에 반사된 햇빛의 열기가 포도밭에 추가적인 열기를 전달해서
포도가 더 빠르게 익는다고 A가 설명해줬다.

언덕 아래 강을 보자 마치 이 곳을 바라보듯이
맑게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탁 트인 언덕 풍경에 투박하고 낡은 작은 교회가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교회 안에는 크리스토퍼 성인일 것같은.. 조각상 하나뿐 다른 교구나 의자도 없이 철창으로 잠겨있다. 
하이킹 온 사람들에게 그늘과 앉을 곳..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A와 한컷
운전 안 하면 못오는 곳을
덕분에 왔다며 고마워해서
굉장히 뿌듯했음. 막 어깨가 들썩였다. 
하지만.. 초보운전의 자만은 쓴 약이 되어
비싼 경험을 하게 해주는 법이다. 

다행히(?) 공포의 포도밭에서 무사히 내려왔지만
아직 우리의 오늘의 행선지인 샤또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까지 가려면 한 참 멀었다~

세번째 일정 크리스토퍼 교회 → 교황청에 와인 납품하던 마을, "샤토네프 뒤 파프"

너무 멋진 풍경에 홀려 시간을 망각해버린 우린 그만
해가 져서야 이 신들린(?) 포도밭을 빠져나왔다. 
이제 고속도로에 들어가고 해가 거의 다 져갈 때 쯤 사고가 하나 터진다.

길을 잘 못 들었다!
원래는 목적지인 샤또네프 뒤 파프에 가서 밥을 먹을려고 했는데
다시 길을 찾아 돌아가면 10시가 넘었기에 결국
휴게소에서 때우기로한다. 
ㅠㅠㅠㅠ 초보운전은 진짜 방심하면 안된다!!!

결국 1시간 반 걸릴거를 2시간 반 넘게 걸려서 깜깜한 밤에 이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교황이 마실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굉장히 아담한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 도로에 들어왔을 때, 옛날 건물들이 하나하나 보이더니 길이 점점 좁아졌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크기의 차는 흔하지만,
이 곳에서 이 차의 크기는 너무 비대했다. 
한 밤중에 좁은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가
신의 은총(?)인지는 몰라도 교회 앞에 빈 주차공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좀만 가면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유럽에서 이런 좁은 길+언덕 마을은 차로 진입할 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한다..
특히 낮에 사람 많을 때는
내가 폭포 아래서 인내심 수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사히 주차를 마치고 에어비엔비 체크인을 마친 우리,
이제 하루의 피곤을 씻어내고 기절한다.
드디어 내일은 와이너리 방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와이너리에서 우리는 와인의 어떤 새로운 모습들을 알게될 것인가?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이탈리아 토리노에 살고있습니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무사히 이탈리아 혹은 어딘가에서 지금의 삶을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혹시 글에서 이해가 안되는 말이 있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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