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탈리아 영화제 <베니스 인 서울> 개막 영화로 <키아라>를 보러 갔다.
<대충 스토리 소개>
1211년, 키아라는 있는 집안의 딸이다.
키아라는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가난하게 살고싶어했다.
그래서 키아라는 뜻을 함께하는 친구와 도망친다.
그렇게 성녀 키아라는 속세를 버린다. 그녀는 가난의 삶을 선택한다.
클라라는 가난하게 살고 싶었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 신도의 삶을 살고싶었다.
이런 그녀의 바람은 치기어린 도덕주의자의 오만이 아니라
그저 그녀라서 가질 수 있는 형태의 순수한 바람이었다.
숲과 바람을 따라 뜻이 맞는 사람들과 버려진 성에 들어가
가난과 함께 사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키아라>는 1240년 아시시의 클레어 성녀의 삶을 각색한 스토리이다.
<중세는 멋쟁이>
중세시대 러버로서 이 영화는 진짜 진또배기다.
음식, 옷, 가구, 중세 이탈리아어 말투.. 보는 내내 성경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 매 장면마다 일부러 성화같은 구도를 이용한 것도 너무 좋았다.
키아라가 영화 초기에 입었던 거죽대기부터
영화 속 교황이 입었던 의복, 귀족의 가죽 전투복과 플레이트 아머까지...
영화의 배경은 버려진 성이었는데,
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에서 촬영했고, 여러 건물이 나온다.
난 아무래도 중세 성 투어를 해야겠다.
이탈리아에는 낡은 성들이 너무, 너어무 많다.
흐흐ㅡㅡㅠㅠㅠㅠ 너무 멋있어
너무 좋아ㅏ
약간 외국인이 <한산> 보면 이런 느낌이겠지..?
<키아라가 추구한 자유>
영화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감독(Susanna Nicchiarelli)은 성녀 클레어(키아라)를 중심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역할과
키아라라는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두 대척점으로
이야기의 갈등 전개를 풀어나가고있다.
중세의 여성이 추구할 수 있는 삶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감독이 의도한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다.
키아라는 자신의 삶에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지혜롭게 맞서는
승부사같은 사람으로 나온다.
키아라에게는 아버지가 강요하는 삶도 끔찍했지만
교황청과 수사들이 강요하는 교리도 결국에는 그녀를 옥죄었다.
키아라는 다른 수사들처럼 성지순례를 가고싶었지만
그녀는 수사가 아니고 수녀였고 수도원 밖을 나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키아라는 신앙을 통해 결혼과 출산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했지만 모범답안이 아니었다.
솔직히 나같아도 70노인하고 결혼은 안하고 싶을 것 같다.
그녀의 이름이 교회에 알려질수록 교황청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교회 밖을 나가면 그녀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런 세상에서 키아라의 행동은 상당히 영웅적이다.
보통은 이럴 때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고 무기력해지는데
키아라는 절대 무너지는 일이 없다.
그녀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의 은총으로 기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신도의 죽음을 기적으로 막았고,
추운 겨울 빈 병을 기름으로 채워 넣었고
죽어가는 동료의 병을 치료하는 등...
보통 사람이 겪는 좌절 앞에서 신의 은혜로
아주 간단히 문제를 해결한다.
일종의 판타지적인 요소로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건 좋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신의 기적이 없이는
키아라가 추구하는 삶이 과연 가능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는 돌처럼 딱딱해지다가 결국 가루로 스러져간 사람들이
영화 내내 머릿 속에 지나가서 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삶에 기적이 없어서 좌절하는 걸까
<키아라> 속 성 프란체스코의 눈 먼 절규
자신을 지탱하는 동료 신도와 빵을 나누던 키아라의 미소
두 모습이 교차한다.
기적같은 거 필요없으니까
약해도 살아갈만한 이유와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 <키아라>는 다음 주 토요일 25일 저녁 7시에 상영한다.
예매 링크는 여기.
'문화 Cul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크라이나에서 예술작품을 지켜내는 사람들 (0) | 2023.02.28 |
---|---|
<다큐> 팬데믹 베르가모의 비극 잊지 않기위해. (8) | 2023.02.24 |
탈춤극으로 보는 박형규 목사님의 삶 (0) | 2023.02.11 |
선넘는 중세시대 라자냐 (2) | 2022.08.04 |
토마토는 잊어라! 찐 중세 이탈리아 요리는 어땠을까? (0) | 2022.08.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