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르마에 반가운 친구들이 와주었습니다.
2년전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알게된 한 모녀입니다.
제게 한국어를 1년동안 배우면서 친구가 되었고,과외를 하지 않는 지금도 여유가 생기면 서로 찾아가서 밥을 같이 먹으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이제는 남편분과 그 집의 반려견과도 너무 친해서 아예 가족여행을 제가 사는 파르마로 하루 와주었습니다.
파르마까지 와주었는데 어떤 식당을 가야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까.. 하다가 저번에 예약이 꽉 차서 못 갔던 식당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로 Trattoria Corriere라는 식당인데요, 이태리는 Trattoria와 Ristorante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식당이 있습니다. 크게 다른 건 없지만 Trattoria는 좀 더 캐주얼하고 평균적인 가격대로 지역의 대중적인 일반식을 먹을 수 있는 곳 입니다. Ristorante는 완전 광범위한 의미의 식당이라 그냥 중국집, 스시집, 다 Ristorante에 들어갑니다.
파르마는 살루미와 치즈의 성지 중 하나인 도시입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먹는 파르미쟈노 치즈의 이름도 파르마에서 온 것이죠. 또 이태리의 어르신들은 ‘입에서 소 냄새(치즈나 우유)가 안나면 밥 먹을게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이태리에서 치즈는 일상적인 음식이죠.
오늘 간 이 식당에서는 또 한가지 특별한 음식을 만났습니다. 바로 Torta Fritta라는 음식인데요, 튀겨서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그냥 튀긴 빵입니다. 밀라노에서는 이 Torta fritta를 Gnocchi fritto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Torta는 케잌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밀가루 반죽입니다. 아주 간단한 튀김 빵 요리입니다. 근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살루미 모듬 요리를 시켰는데요, 살루가에는 Prosciutto crudo(프로슈토 크루도)Coppa(코빠) Salame Felino(살라메 펠리노) 등, 고기의 부분, 가공법에 따라 다른 다양한 종류의 살루미들이 함께 나옵니다. 이 고기들을 얅게 썰려나옵니다. 스페인의 하몽이 아마 이 중의 프로슈토에 속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짭짤하고 특유의 향과 고소함이 일품인 요리죠. 그 고기 자체의 신선함이 이 맛들의 풍미를 결정합니다. 파르마는 이 살루미들의 성지라 보통 슈퍼에서 시는 살루미보다 더 풍부한 향을 자랑하는데요, 이 살루미를 Torta fritta라고 하는 튀김빵과 같이 먹더라구요.
이 살루미들. 여태 그냥 집어먹거나 딱딱한 빵에 끼워 먹으며 그렇게 큰 매력을 못느꼈는데 정말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요 통통한 튀김빵을 반 자르거나 나이프로 꾹 눌러서 납작하게 만든뒤 그 속이나 위에 살루미를 하나 놓아주고 빵과 함께 먹어줍니다.
이렇게 탐스러운 살루미를 위에 얹어서 먹어줍니다. 튀김빵, 별거 아닌 음식이었는데 살루미와 함께 먹었던 어떤 빵과도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럽고 고소했습니다. 처음에는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토르티 프리타도 옛날 이태리 농민들이 가난이 찾아오고 먹을 것이 없을때 해먹던 빵의 종류라고 합니다. 이 빵의 반죽을 만들고 튀길때 올리브유가 필요했는데, 그 당시에는 올리브유를 일반 농민이 튀김으로 쓰기엔 너무나도 귀한 재료였습니다. 올리브유를 만드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나무를 기르는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오일 만들려고 소비되는 올리브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쓴것이 버려지는 돼지 비계였습니다. 그렇게 농민들이 어떻게든 이 밀가루를 맛있게 만들어보고자 하고 만든 결과물이 Torta fritta입니다. 그냥 튀긴 빵인데, 그들의 고뇌와 시간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습니다. 그냥 밀가루 반죽을 어떻게든 맛있게 먹으려고 해서 진짜 맛있어진 요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태리 북부에는 폴렌타(polenta)라는 비슷한 역사를 가진 옥수수죽?같은 요리가 있습니다. 이런 사연있는 요리에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태리 오시면 파스타 피자도 좋지만 이런 옛 농민들의 가정식도 찾아서 맛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특히 살루미와 치즈, 발사믹식초는 이태리 중부,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도시들이 최고로 잘 합니다. 그 중 살루미 치즈는 파르마, 발사믹 식초는 모데나입니다.
그리고 이 Trattoria Corriere는 고기요리가 입에서 녹습니다. 이 로마냐 지역에서 맛있다는 식당에 가시면 세꼰도로 고기를 꼭 드셔보세요.
(쁘리모는 꼭 시켜야하는건 아닙니다. 그냥 에피타이저랑 세꼰(혹은 뿌리모)만 시키셔도 됩니다. .
오늘 정말 파르마다운 식당을 찾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힙한 간판(?) 을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간판과 앞 차를 운전하려는 닭. 이 두가지가 재밌습니다.
다음에 또 맛있는게 있나..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다시 제 생활 포스트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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