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태리 여행을 할 때면 생기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볼 것은 너무 많죠.
주요 도시를 보고, 유명한 소도시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시는 분들은 꽤 있지만, 더 작은 장소들은 별로 가볼 이유도 없고 이 밖에도 가볼 장소가 너무 많죠. 아마 이태리인들도 이 모든 곳을 다 가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태리에서 시간이 한정되어있지 않은 학생에게 주어진 축복은 이태리 중세에 존재했던 수천 개의 성들 중 특별하고 개성 있는 성을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 Castello Di Torrechiara(카스텔로 디 토레키라아)는 정말 개성이 뛰어났던 작은 성이었습니다. 아주 로맨틱하고, 시적인 공간들로 이루어진 작고 조용한 성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이 곳이 성의 중심입니다. 지금까지 가본 성 중에 제일 작았습니다. 보시면 성이 비대칭적이고, 각각의 부분마다 귀족의 개인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바깥 쪽의 분위기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은 성 아랫쪽 작은 마을, 그 위의 말이 오르는 오르막길을 지나면 성의 본 입구가 있습니다.
자, 이제 성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성으로 들어오면 아까 위에서 본 중앙 내정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성 안에는 많은 방들이 있고, 각 방마다 아주 특별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이 성의 주인이었던 피에르(Pier Maria Rossi)와 그의 연인 비앙카(Bianca Pellegrini)는 굉장히 독창적인 그림들로 이 성을 가득 채웠습니다. 독실한 신자이기도했지만 이 성은 주인의 개인적인 성향이 더욱 드러나는 벽화로 가득했습니다. 이때 당시가 16세기 즉 르네상스인데요. 이 집주인이 가진 고대 그리스, 로마에 대한 신비주의적 관점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색채,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새들. 벽에 무너진 벽을 그리고 무너진 곳으로 하늘과 자연을 그려넣는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그림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적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 속 여러 인물들이 이 그림 속에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스핑크스와 새들,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었던 황금사과 등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서 재밌더라고요.
방마다 아름답고, 각양각색의 콘셉트를 가진 천장화들이 있습니다.
꼬끼오/ 윗층에서 구경하는 천사
고대 로마 군인이 배경에 나옵니다. /와인 따르는 사람, 양털 깎는 사람들이 우아-하게 그려져 있네요.
헤르메스(날개 달린 신발과 지팡이가 있죠), 아폴로 신이 싫어서 나무가 돼버린 요정과 그 아버지가 그림에 있네요~
신나게 문을 열다가 통닭을 떨어뜨리고 있는 하인
고대 로마의 폐허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 무서움, 그로테스크함을 묘사한 그림.
유일하게 기독교와 파르마 근교 풍경을 섞어 경건하고 규칙적으로 그려진 방입니다. 이 곳은 집주인의 침실이었다고 합니다. 저 파란색도 그렇고 아늑하니 잠도 잘 왔을 것 같습니다. 바로 옆으로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발코니도 있어서 성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위치했습니다.
반대편에 위치한 방들로 가면, 3개의 방에 아침, 점심, 저녁이 묘사된 방 세 개가 있습니다. 천장에는 시간에 따른 하늘의 변화, 새들, 구름의 역동적인 색채와 흐름이 느껴집니다.
아침의 방에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모두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터에 나가고, 물고기를 낚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뭔가 다들 포즈가... 역동적이긴 한데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하늘에서 떡이라도 떨어지고 있는 걸까요?
점심에도 열심히 고기를 낚습니다. 왜 이런 초원지대에 배와 어업을 하는 그림들이 한가득 묘사되어있나 궁금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강줄기가 굉장히 많았다고는 하지만.. 배가 그 강을 왔다 갔다 했을 건 아닐 테고..
코끼리? 사람사슴? 상상 속에서 그려낸 요소들도 그림 속에 작게 들어가 있어서, 보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루 종일 사람들이 일만 하는 그림이 묘사되어있어서 씁쓸했습니다. 낮에는 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사냥이라니.. 저녁이 있는 삶은 그들에게 없군요. 근데 농사를 짓는 모습이 없네요. 아무래도 여기 주변이 다 농지라서 그림에는 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깥 세계에 대한 상상과 동경이 담긴 그림일까요?
음, 성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똥간입니다. 직접 쭈그려봤는데요, 저렇게 예쁜 풍경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태리 친구 말로는 이 당시 바로 아래 성 입구 길목이 있는데 그 위로 이렇게 넓은 창문을 만들면 똥 싸고 바지를 올리다 화살에 맞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창문 대신 사이사이로 점점 좁아지듯 나 있는 구멍을 통해 환기를 시킨 것 같습니다.
위에서 바라본 성 앞 작은 마을입니다. 옛날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멋집니다.
음.. 이런 성입니다. 낭만이 느껴지는 조용한 안식처. 여기에 살았던 사람은 르네상스 변혁의 시대에 오고 가는 여러 지식들을 즐길 줄 알았다는 점이 잘 드러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파르마를 지나는 강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쭉 가면 차로 20분 거리에 성이 있습니다(GoogleMapGo). 와서 보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제 사진으로 간접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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