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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Le giornate/토리네세 일기 Diario torinese

토리노 <페이퍼랜드> 전시에 다녀오다

by Alessio 202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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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사촌이 화가인데
토리노에서 다른 작가들과 전시를 열었다.
주제는 <종이>.

각자 작가가 종이를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아래 작품은 갤러리 입구에 있는 단독 전시 작품…

비닐을 통해 뿌연 배경을 연출했다.
펴지지 않은 주름들이 머릿속을 채운 와중에
직선적 이미지가 대비를 이룬다.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뿌연 비닐의 영역에 버려두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각진 것들은 왜 그럼 각진 걸까?
그런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비록 이번 전시 작품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단순한 대비를 통해서 이런 개념을 녹여내다니, 역시 예술가는 아무니 하는게 아니다.

갤러리 전시가 원래 이러는건지는
몰라도 이름들이 없다.
그래서 그냥 봤다.
팜플랫에 이름하고 작업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좀 나와 있었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지도와 자연을 겹쳐서 바라봤다는 점이다.
빈 종이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 무엇을 그리든 그것은 자연과 닮았다는 말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이 사람은 일본에서 섬을 그리는 사람인데
바다가 하늘에게 그린 그림을
인간이 다시 그렸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는 좋으나
그림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너무 없었다.
그냥 섬이잔아…

이 화가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마치
음유시인이 노래하듯 그려놓았다.
종이도 마치 소리처럼 흐려질 것처럼
그냥 액자도 없이 걸어놓았다.

그냥 이런 귀여운 그림도 있다.
약간 샤갈처럼 그리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뭔가 굉장히 당당하신..

이 그림이 진짜 좋았다.
이렇게 막 그려도 그림에서 조형미가 느껴지는 그림이 좋다.
피카소는 너무 정성껏 그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 그림은 좀 더 자유분방하다.
딱 내가 원하는 자유분방함이 들어갔다.
절대 액자에 끼워서는 안되는 그림이다.

종이를 조각조각 붙여 만든 작품
종이를 가지고 한 작업 중에 제일 재밌는 작업물이었다.
근데 작업 방식보다 작가의 색감이 미쳤다.
너무 예뻐서 또 보고 또 봤다.
작은 전시는 이래서 좋다.

제일 대단했던 작품
손으로 하나하나 구멍내서 그림 그린 건데
구멍마다 크기를 달리해서
명암을 표현했다.

신문을 검정 볼펜으로 칠해서 겹겹이 둔 예술작품
이 전시 중 제일 말이 많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아서 아무도 못 알아듣는

자연을 그리는 작가 R. 그는 분명 자연의 일부를 그린다. 갈비뼈 같은 이미지, 굴, 조개, 대리석 혈관무늬 등… 이 이미지들을 집요하게 그리고 그려서 흑연의 명암만으로 표현해낸다. 재밌는 건 이 사람 작품은 언어의 경계를 킹받게 피해다니며 자연의 세계가 가지는 탈언어적인 측면을 기가 막히게 묘사해 놓았다는 점이다.
진짜 부러운 건 작가 본인은 그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맨날 연필작업 얘기, 종이얘기, 굴껍질 주우러 다닌 얘기만 한다…. 머릿 속에 진짜 화가가 따로 있는게 분명해…



아이고… 골방에서 공부만 하다 오랜만에 예술작품을 보니 스트레스가 좀 풀려서 좋았다.

간만에 살아있는 전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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